페이스는 1km를 가는 데 걸리는 시간입니다. 페이스 6:00은 1km에 6분, 5:30은 1km에 5분 30초. 시속으로 말하는 자동차와 달리 러너는 '거리당 시간'으로 말해요. 숫자가 작을수록 빠른 겁니다.
크루 공지의 '630'은 6분 30초 페이스라는 뜻이에요. 처음 듣기엔 어색하지만 금방 익숙해집니다. 10km 대회를 페이스 6:00으로 뛰면 딱 1시간. 이렇게 거리와 목표 시간을 바로 계산할 수 있어서 러너들이 이 단위를 쓰는 거예요.
지금 편하게 달리는 30분의 평균 페이스가 내 기준점입니다. 앱이 알려주는 그 숫자요. 초보의 편안한 페이스가 7:00이든 8:00이든 정상 범위이고, 걷기를 섞으면 9:00이 넘기도 합니다. 전부 괜찮아요.
이 기준점이 있으면 크루 모집글이 읽힙니다. 내 편한 페이스가 7:30인데 '페이스 600 러닝' 모임에 가면 내내 전력질주가 된다는 걸 미리 아는 거죠. 반대로 '초보 환영, 페이스 730~800'이면 안심하고 가도 되고요.
어제 6:50이 편했는데 오늘은 7:20도 버겁다면, 실력이 준 게 아니라 컨디션이 다른 겁니다. 수면, 식사, 더위, 전날 피로에 따라 같은 사람의 편안한 페이스는 하루 사이에도 꽤 움직여요. 특히 여름 더위엔 누구나 평소보다 느려지는 게 정상입니다.
그래서 숫자에 매일 일희일비하기보다 몇 주 단위의 흐름을 보는 게 맞아요. 한 달 전 7:30이 힘들었는데 지금 7:00이 편하다면, 그 사이 어떤 날 느렸는지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페이스를 알게 되면 생기는 부작용이 하나 있습니다. 1km마다 손목을 보게 되는 것. 앱 알림이 페이스를 읽어줄 때마다 성적표를 받는 기분이 들기 시작하면, 일주일에 하루는 알림을 끄고 뛰어보세요.
숫자 없이 몸의 감각만으로 '편안함'을 유지하는 연습은 그 자체로 훈련입니다. 대회에서든 평소든, 결국 페이스를 지키는 건 시계가 아니라 몸의 감각이거든요. 페이스는 대화의 도구지 달리기의 주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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