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러닝에서 대부분 같은 실수를 해요. 시작하자마자 전력으로 달리다가 3분 만에 멈춰 서는 거요. 일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있죠. 새 프로젝트 첫 주에 야근을 몰아치다가 둘째 주에 방전되는 패턴이요. 초반 속도는 언제나 착각을 부릅니다. 지금 이 페이스가 끝까지 갈 것 같다는 착각이요.
러닝이 가르쳐주는 건 배분이에요. 오래 가야 하는 거리일수록 처음을 아껴야 한다는 것. 마라토너가 초반에 선두를 다투지 않는 이유는 체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 거리가 얼마나 긴지 알기 때문이에요.
훈련 계획표를 보면 재미있는 게 있어요. 잘 짜인 계획일수록 쉬는 날이 또렷하게 박혀 있다는 거예요. 휴식일은 훈련이 빠진 날이 아니라, 몸이 지난 훈련을 흡수하는 날이거든요. 근육은 뛸 때가 아니라 쉴 때 만들어져요.
일에도 같은 원리가 있는 것 같아요. 밀어붙이는 날만 이어지면 어느 순간 아웃풋이 떨어지는데, 그때 필요한 건 더 미는 게 아니라 회복이에요. 러닝을 하면서부터 휴가를 죄책감 없이 쓰게 됐다는 사람들이 있어요. 쉬는 게 사치가 아니라 과정의 일부라는 걸 몸으로 배웠기 때문이에요.
러닝 기록은 노력에 비례해서 매일 조금씩 좋아지지 않아요. 몇 주씩 제자리걸음이다가 어느 날 계단을 오르듯 훅 좋아지죠. 정체기라고 느꼈던 그 구간이 사실은 다음 계단을 준비하던 시간이었던 거예요.
일의 실력도 비슷한 궤적을 그려요. 아무리 해도 늘지 않는 것 같던 시기를 지나고 나서야, 그때 쌓인 게 있었다는 걸 알게 되죠. 러닝의 정체기를 견뎌본 사람은 일의 정체기 앞에서도 조금 덜 조급해져요. 그래프가 평평하다고 아무 일도 없는 게 아니라는 걸 아니까요.
러닝이 남기는 가장 큰 변화는 다리 근육이 아니라 시간 감각인 것 같아요. 5km도 벅차던 사람이 반년 뒤 10km를 편하게 뛰게 되는 경험을 하고 나면, '지금은 안 되는 것'과 '영영 안 되는 것'을 구분하게 되거든요.
그 감각은 회사 책상까지 따라와요. 당장 결과가 안 보이는 일 앞에서 예전만큼 흔들리지 않게 되죠. 오늘 하나, 내일 하나 쌓는 방식이 결국 어디에 도착하는지 몸이 이미 알고 있으니까요. 달리기는 다리로 하는 운동인데, 정작 오래 남는 건 이 감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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