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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선 300m 전, 몸에서 일어나는 일

코너를 돌자 저 멀리 아치가 보입니다. 시계를 볼 힘도 없는데 다리가 갑자기 살아나요. 수많은 러너가 증언하는 결승선 앞 마지막 구간의 이상한 각성. 그 몇 백 미터 동안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담았습니다.

결승선 300m 전, 몸에서 일어나는 일

끝이 보이면 힘이 생기는 과학

지쳐 쓰러질 것 같던 다리가 결승선이 보이는 순간 되살아나는 현상에는 이름이 있습니다. 엔드 스퍼트라고 불리는 이 마지막 가속은, 뇌가 '남은 거리'를 계산하며 체력을 배분한다는 이론(중앙 통제자 모델)의 대표 증거로 자주 언급돼요. 뇌는 몸이 완전히 방전되기 전에 여유분을 잠가두는데, 끝이 확실해지면 그 금고를 열어주는 겁니다.

즉 마지막 300m의 힘은 어디서 솟은 게 아니라 원래 있던 비상금이에요. 우리 몸은 생각보다 보수적인 회계사라, 진짜 바닥은 뇌가 허락하기 전까지 보여주지 않습니다.

소리가 먼저 도착합니다

결승선의 감각은 시각보다 청각이 먼저입니다. 몇 백 미터 전부터 장내 방송과 음악, 박수와 함성이 들려오기 시작해요. 몇 시간 동안 발소리와 숨소리만 듣던 귀에 그 소음이 닿는 순간, 피로의 질이 바뀝니다. 똑같이 힘든데 힘듦의 색깔이 달라져요.

이름이 불리는 대회도 있습니다. 배번 칩을 읽어 장내 방송으로 완주자를 호명해주는 거예요. 낯선 도시에서 모르는 사람들이 내 이름에 박수를 쳐주는 몇 초. 러너들이 그 구간을 오래 기억하는 이유입니다.

마지막 구간의 실전 조언 두 가지

낭만 사이에 실전 조언도 끼워둘게요. 첫째, 결승선이 보여도 전력 질주로의 급전환은 조심하세요. 몇 시간 지친 근육에 갑작스러운 최고 출력을 요구하면 종아리나 햄스트링이 마지막에 항의하기도 해요. 가속은 부드럽게 올리는 걸로요.

둘째, 결승선 직전 몇 미터에서 시계를 멈추느라 고개를 숙이는 것보다, 두 팔을 들고 통과한 뒤에 시계를 보세요. 기록은 칩이 정확하게 재줍니다. 완주 순간의 사진과 기억은 한 번뿐이고, 손목을 내려다보는 정수리 사진으로 남기기엔 아까운 장면이에요.

통과 후 몇 걸음의 감정에 대하여

결승선을 넘고 나면 몇 초간 이상한 공백이 옵니다. 몇 달의 훈련과 몇 시간의 사투가 방금 끝났는데, 몸은 아직 그걸 모르고 관성으로 몇 걸음을 더 뛰어요. 그러다 걸음이 걷기로 바뀌는 순간, 감정이 뒤늦게 도착합니다. 웃는 사람, 우는 사람, 하늘을 보는 사람, 무릎을 짚는 사람.

그 감정에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챙기세요. 멈춰 서기 전에 몇 십 미터는 계속 걸으며 숨을 고르는 것. 그리고 그 순간의 기분을 그날 안에 어딘가 적어두는 것. 기록증의 숫자는 평생 남지만, 결승선 직후의 그 기분은 며칠이면 흐려지거든요. 그게 그 대회의 진짜 기념품인데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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