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전날 저녁의 제1원칙은 '먹던 것만 먹기'예요. 전야제 기분에 평소 안 먹던 걸 시도하면 내일 아침 속이 어떻게 반응할지 아무도 몰라요. 훈련 기간에 먹고 잘 뛰었던 메뉴, 그게 정답이에요. 밥이나 파스타처럼 탄수화물이 넉넉한 익숙한 한 끼면 충분합니다.
피할 것도 정해져 있어요. 기름진 음식, 맵고 자극적인 것, 그리고 술이에요. '한 잔은 괜찮겠지'가 다음 날 10km 내내 후회로 돌아오는 경우를 러너들은 다들 하나씩 알고 있어요. 저녁은 조금 이르게, 여덟 시 전에 마치는 게 좋아요.
저녁을 먹었으면 이제 짐을 쌉니다. 배번호는 옷에 미리 달아두고, 입을 옷을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한 자리에 겹쳐 놓으세요. 양말은 신발 안에, 안전핀 여분과 반창고는 주머니에요. 대회장으로 가는 교통편과 출발 시간, 짐 보관소 위치도 오늘 밤 확인해두는 거예요.
이 의식의 목적은 짐이 아니라 마음이에요. 내일 아침에 결정할 일을 전부 오늘 밤으로 옮겨두면, 불안이 구체적인 준비물로 바뀌면서 머리가 조용해지거든요. 준비가 끝난 머리맡을 보면 이상하게 마음이 놓입니다.
누웠는데 잠이 안 와요. 내일 페이스를 계산하다가, 비 예보를 다시 확인하다가, 시계를 보니 자정이 넘어 있죠. 여기서 알아둘 게 하나 있어요. 대회 전날 잠을 설쳐도 다음 날 기록엔 생각보다 지장이 없다는 거예요. 몸의 컨디션은 전날 하루가 아니라 지난 몇 주의 수면이 만들거든요.
그러니 '자야 하는데'라는 압박부터 내려놓으세요. 눈을 감고 누워만 있어도 몸은 쉬고 있는 거예요. 폰을 붙잡고 대회 후기를 검색하는 것만 참으면 됩니다. 화면의 빛이 잠을 제일 멀리 쫓아내니까요.
알람은 5분 간격으로 두 개 맞추세요. 하나를 못 믿어서가 아니라, 두 개라는 사실이 밤의 불안을 줄여주기 때문이에요. 기상은 출발 두세 시간 전이 적당해요. 몸이 완전히 깨어나 움직일 준비가 되는 데 그 정도 시간이 걸리거든요.
아침 식사도 전날 밤에 정해두세요. 훈련 때 먹어본 것 중 속이 편했던 걸로요. 바나나에 빵 한 쪽이면 충분한 사람이 많아요. 그리고 현관을 나서기 전, 배번호와 신발만 다시 확인하면 끝이에요. 나머지는 어젯밤의 내가 다 해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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