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장비의 함정은 신어본 5분, 입어본 거울 앞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문제는 수천 번의 반복 뒤에 나타나요. 새 신발의 미세하게 다른 뒤꿈치 곡선은 5km부터 물집을 만들기 시작하고, 새 상의의 솔기 위치는 10km부터 겨드랑이를 갈기 시작합니다.
짧은 러닝에서는 완주까지 문제가 안 커질 수 있지만, 하프나 풀처럼 두세 시간을 달리는 대회에서는 작은 마찰이 복리로 불어나요. 대회는 장비의 문제가 가장 크게 증폭되는 무대입니다.
'새것 금지'의 실전 기준은 이겁니다. 대회에서 쓸 모든 것을, 대회와 비슷한 거리에서 미리 써봤는가. 신발은 최소 몇 주, 50km 이상 길들이고 그 신발로 최장 거리 훈련을 해봤어야 해요. 상하의와 양말은 롱런에서 한 번 이상, 이너웨어와 러닝 벨트, 모자까지도요.
대회 2~3주 전의 마지막 롱런을 '풀 드레스 리허설'로 쓰는 게 정석입니다. 대회 날 입을 복장 전체, 먹을 것, 바를 것까지 그대로 재현해서 뛰어보는 거예요. 여기서 발견된 문제는 고칠 시간이 있지만, 대회 날 발견된 문제는 남은 거리 내내 안고 가야 합니다.
대회용으로 새 신발을 계획했다면 시점을 당기면 됩니다. 대회 4~6주 전에 사서 짧은 러닝부터 길들이고, 마지막 롱런을 그 신발로 뛰어 검증을 끝내는 거예요. 그러면 대회 날의 그 신발은 '새것'이 아니라 '검증 끝난 에이스'가 됩니다.
같은 모델의 신발을 재구매하는 경우라도 방심은 금물이에요. 같은 모델도 버전이 바뀌며 폭이나 쿠션이 달라지는 일이 흔합니다. 결국 원칙은 하나로 수렴해요. 발에 닿는 것은 무엇이든, 대회 전에 거리로 검증할 것.
대회장에서 받은 기념 티셔츠를 그날 바로 입고 뛰고 싶은 유혹, 첫 대회라면 특히 강합니다. 하지만 그 티셔츠야말로 검증 0회의 새 옷이에요. 면 혼방이라 땀에 무거워지는 경우도 많고요. 기념 티셔츠는 완주 후에, 혹은 다음 훈련에서 입는 게 러너들의 관례입니다.
대회 날의 멋은 새 옷이 아니라 완주가 만들어줍니다. 몇 번의 롱런으로 검증된, 어디가 쓸리고 어디가 편한지 다 아는 익숙한 조합. 그게 대회 날의 최고의 복장이에요. 새것의 설렘은 훈련의 날들에 쓰세요. 거기가 신상 데뷔 무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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