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아침 식사의 목적은 하나입니다. 밤새 줄어든 연료(글리코겐)를 보충하되, 출발 총소리가 울릴 땐 위장이 한가한 상태를 만드는 것. 그래서 공식은 '소화 잘 되는 탄수화물 위주로, 출발 2~3시간 전에, 평소 아침의 8할 정도'입니다.
흰 빵이나 토스트에 꿀이나 잼, 바나나, 흰죽, 바나나 얹은 오트밀 정도가 국제적으로도 국내에서도 검증된 메뉴들이에요. 단백질과 지방은 소량만. 소화가 느려서 대회 아침의 주인공으로는 부적합합니다.
무엇을 먹느냐보다 중요한 원칙이 있습니다. 대회 아침에 처음 먹어보는 걸 시도하지 않는 것. 몸에 좋다는 새 음료, 전날 엑스포에서 받은 처음 보는 에너지바, 호텔 조식의 낯선 메뉴. 위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는 변수를 레이스 날 아침에 들이는 건 도박이에요.
정석은 훈련 기간의 주말 롱런을 리허설로 쓰는 겁니다. 대회 아침에 먹을 메뉴를 롱런 날 아침에 똑같이 먹고 뛰어보는 것. 두세 번 검증된 메뉴가 대회 날의 메뉴입니다. 지루하지만 이 지루함이 완주를 지켜요.
국내 대회는 출발이 아침 8시 전후가 많아서, 2~3시간 전 식사 원칙을 지키려면 5시 반~6시에 먹어야 합니다. 긴장으로 입맛이 없는 시간이죠. 그래서 양보다 익숙함이 중요해요. 안 넘어가면 바나나와 꿀물처럼 마시고 씹기 편한 조합으로라도 채우세요.
집이 멀어 새벽에 이동하는 경우라면 이동 중 먹을 수 있는 걸 전날 챙겨두는 게 요령입니다. 그리고 출발 30~40분 전, 허기가 느껴지면 바나나 반 개나 에너지젤 하나 정도의 소량 보충은 괜찮습니다. 이것도 물론 훈련 때 해본 것으로요.
수분은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조금씩. 출발 직전 벌컥벌컥은 곤란하고, 일어나서 한두 컵, 이후 목마르지 않을 정도로 홀짝이는 게 무난합니다. 평소 아침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라면 대회 날도 마시는 게 맞아요. 카페인은 지구력에 도움이 되고, 루틴을 깨는 게 오히려 리스크입니다. 커피가 배변 신호를 부르는 체질이라면 그것까지 계산해서 일찍 마시고요.
마지막 조언은 식사가 아니라 시간입니다. 대회장 화장실 줄은 상상 이상으로 길어요. 출발 최소 1시간 전 도착해서 화장실을 여유 있게 다녀오는 것까지가 대회 아침 식사의 완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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