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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가 없는 겨울, 마라토너는 뭘 하나

11월의 마지막 대회가 끝나면 러너의 달력에는 긴 공백이 옵니다. 다음 시즌까지 몇 달, 목표 없이 뛰는 이 기간을 러너들은 오프시즌이라 부릅니다. 그냥 쉬는 시간 같지만, 잘 보낸 오프시즌이 봄 시즌의 성적표를 미리 씁니다.

대회가 없는 겨울, 마라토너는 뭘 하나

먼저, 진짜로 쉬는 기간

시즌 마지막 대회가 끝나면 1~2주는 의도적인 휴식기를 가지는 게 정석입니다. 러닝을 아예 쉬거나 내킬 때만 가볍게. 몸의 잔부상과 피로를 청산하고, 몇 달간 대회 일정에 매여 있던 마음도 풀어주는 기간이에요.

이 휴식에 죄책감을 느끼는 러너가 많은데, 엘리트 선수들도 시즌 후 완전 휴식기를 갖습니다. 1년 내내 시즌인 몸은 없어요. 쉼 없이 이어지는 훈련은 향상이 아니라 만성 피로와 번아웃으로 갑니다. 오프시즌의 첫 임무는 잘 쉬는 것입니다.

베이스 빌딩: 느린 달리기의 계절

휴식이 끝나면 오프시즌의 본론인 베이스 빌딩이 시작됩니다. 강도 훈련(인터벌, 템포)의 비중을 낮추고, 편안한 페이스의 러닝으로 주간 거리를 천천히 쌓는 기간이에요. 화려하진 않지만 이 유산소 기반이 다음 시즌 모든 훈련의 바닥이 됩니다. 봄에 인터벌을 소화하는 힘은 겨울의 느린 킬로미터들에서 나와요.

시계로부터 자유로운 계절이기도 합니다. 페이스 부담 없이 새 코스를 탐험하고, 눈 쌓인 공원을 달리고, 트레일에 입문해보는 것. 대회 시즌엔 아깝던 '기록 안 남는 러닝'을 마음껏 하는 게 오프시즌의 사치입니다.

약점 보수 공사의 골든 타임

오프시즌은 시즌 중에 미뤄둔 숙제를 하는 기간입니다. 대표적인 게 근력 운동. 스쿼트, 런지, 데드리프트, 코어 루틴을 주 2회 정착시키기에 이만한 시기가 없어요. 시즌 중 반복되던 잔부상(무릎, 아킬레스, 족저근막)이 있었다면 그 부위의 재활과 강화도 지금이 골든 타임입니다.

자세 교정, 케이던스 조정 같은 폼 개조 공사도 오프시즌용이에요. 폼을 바꾸면 일시적으로 어색하고 느려지는 구간이 있는데, 대회가 없는 계절이라 부담이 없습니다. 봄의 몸은 겨울의 공사로 만들어집니다.

다음 시즌의 밑그림 그리기

오프시즌의 마지막 재미는 계획입니다. 따뜻한 방에서 다음 시즌 대회 일정을 뒤지고, 목표 대회를 정하고, 역산해서 훈련 시작일을 잡는 것. 봄 대회 접수는 겨울에 열리는 경우가 많아서, 오프시즌의 러너는 몸은 쉬어도 손가락은 바쁩니다.

지난 시즌의 결산도 이때 해두면 좋아요. 뭐가 잘됐고, 어느 지점에서 무너졌고, 다음엔 뭘 바꿀지. 일지와 대회 기록을 뒤적이며 쓰는 한 페이지짜리 시즌 리뷰가 다음 시즌 계획의 뼈대가 됩니다. 겨울의 러너는 멈춰 있는 게 아니라 다음 출발선을 옮기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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