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CERS런트립
Life

도시가 조용해지는 시간에 뛰는 사람들

밤 11시의 강변도, 새벽 5시의 골목도 뛰어본 사람만 아는 표정이 있어요. 낮의 도시와는 전혀 다른 얼굴이죠. 조용한 시간에 뛰는 사람들의 세계를 들여다봤습니다.

도시가 조용해지는 시간에 뛰는 사람들

새벽 러너의 세계

새벽 5시의 도시는 낮과 완전히 다른 곳이에요. 신호등은 껌뻑이기만 하고, 길은 통째로 비어 있고, 편의점 불빛만 드문드문 켜져 있죠. 그 길을 첫 버스보다 먼저 달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새벽 러닝의 최대 관문은 러닝이 아니라 기상이에요. 요령은 전날 밤에 있습니다. 러닝복과 양말, 시계까지 머리맡에 꺼내두고 자는 거예요. 눈 뜨자마자 생각할 틈 없이 입고 나가야, 침대와의 협상이 시작되기 전에 현관을 통과하거든요.

보상은 확실합니다. 아무도 없는 길을 달려 돌아오는 길, 이제 막 하루를 시작하는 도시를 보면서 이미 하나를 끝낸 사람이 되는 기분. 그 맛에 새벽 러너들은 알람을 다시 맞춥니다.

심야 러너의 세계

반대편에는 밤 10시 이후의 러너들이 있어요. 하루를 다 치르고 나서야 자기 시간이 생기는 사람들이죠. 야근을 끝내고, 아이를 재우고, 그제서야 운동화를 신는 겁니다.

심야 러닝의 매력은 머리가 비워지는 속도예요. 낮 동안 쌓인 말과 일이 발소리에 밀려 하나씩 지워지는 감각. 그래서 심야 러너들에게 러닝은 운동이라기보다 세수에 가깝습니다. 하루를 씻어내고 자려고 뛰는 거죠.

챙길 건 빛이에요. 어두운 옷을 입고 어두운 길을 뛰면 운전자 눈에 거의 안 보입니다. 밝은 색 상의나 반사 소재, 작은 라이트 하나가 심야 러너의 기본 장비예요. 그리고 잠들기 직전까지 뛰면 오히려 잠이 달아나니, 취침 한두 시간 전에는 마무리하는 게 좋습니다.

조용한 시간의 예의

도시가 잠든 시간에 뛰는 사람에게는 그 시간대만의 예의가 있어요. 주택가 골목에서는 발소리를 낮추고, 좁은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과는 거리를 넉넉히 두고 지나가는 것. 어두운 시간에 뒤에서 빠르게 다가오는 발소리가 누군가에겐 공포일 수 있다는 걸 아는 거죠.

안전은 서로의 몫이기도 합니다. 인적이 아예 없는 코스보다는 드물어도 사람이 지나는 밝은 길이 낫고, 가족이나 친구에게 위치 공유를 켜두는 것도 습관이 되면 든든해요.

매일 같은 시간에 마주치는 사람과는 말없이 목례만 주고받는 사이가 되기도 합니다. 이름도 모르는데 서로의 출석을 확인해주는 사이. 조용한 시간대의 러너들끼리만 아는 우정입니다.

그 시간에만 있는 것

새벽 러너들이 공통으로 꼽는 순간이 있어요. 뛰는 중에 해가 뜨는 걸 보는 날입니다. 어둡던 하늘이 구간마다 색을 바꾸다가, 어느 순간 강물이나 빌딩 유리에 첫 빛이 닿는 장면. 계획해서 볼 수 있는 게 아니라서 더 귀합니다.

심야 러너에게는 반대의 순간이 있죠. 소음이 다 꺼진 도시에서 내 발소리와 숨소리만 남는 구간. 종일 시달린 머리가 그 단순한 소리에 씻기는 시간입니다.

이 시간대의 러닝은 외로워 보이지만, 같은 시간에 뛰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어요. 페이서스에서 내 러닝 시간대와 맞는 러너를 찾아보면 의외로 같은 동네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새벽 5시의 골목에도, 밤 11시의 강변에도 동료는 있습니다.

페이서스 앱에서 매거진 전편 보기

러닝메이트 매칭 · 마라톤 동행 · 훈련 플랜

이런 글은 어때요

전체 매거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