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전의 러닝이 한 시간짜리 통시간이었다면, 육아 중의 러닝은 20~40분짜리 조각들입니다. 아이 등원 직후, 낮잠 시간(재택이라면), 배우자가 목욕을 맡은 저녁, 그리고 가장 흔한 취침 후 밤 시간.
요령은 조각 시간에 맞는 러닝을 미리 설계해두는 거예요. '20분이 생기면 집 앞 두 바퀴, 40분이 생기면 천변 코스'처럼요. 시간이 생긴 뒤에 뭘 할지 고민하면 그 시간은 소파에서 끝납니다. 메뉴판을 미리 만들어두는 게 부모 러너의 기술입니다.
부모 러너의 러닝은 혼자 결심해서 되는 게 아니라 가정의 시간표 문제입니다. 그래서 오래 뛰는 부모 러너들은 대부분 배우자와 명시적인 약속을 만들어요. '화·목 밤은 내가 뛰고, 수·금 밤은 네 시간' 같은 상호 교환이 제일 지속력이 좋습니다.
한쪽만 계속 나가는 구조는 미안함이 쌓여서 러닝 자체가 눈치 게임이 되거든요. 서로의 운동 시간을 맞교환하면 미안함이 아니라 품앗이가 됩니다. 러닝 이야기이면서 사실 부부 협상 이야기예요.
아이와 함께 뛰는 방법도 있습니다. 러닝 전용 유모차(조깅 스트롤러)는 바퀴가 크고 서스펜션이 있어서 아이를 태우고 달릴 수 있게 설계돼 있어요. 해외에선 흔한 풍경이고 국내에서도 공원에서 종종 보입니다. 아이가 목을 완전히 가누는 시기 이후부터, 평탄한 코스에서, 제조사 연령 가이드를 확인하고요.
다만 이건 선택지 중 하나지 정답은 아닙니다. 유모차를 밀며 뛰는 건 강도가 확 올라가고, 아이 컨디션이라는 변수도 커요. '오늘은 유모차런, 안 되면 밤런'처럼 플랜 B로 두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부모 러너들이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감정은 피곤이 아니라 죄책감입니다. 아이 재우고 나가는 30분이 사치처럼 느껴진다는 것. 그런데 몇 달 뛰어본 부모들의 결론은 대체로 반대예요. 뛰고 온 날의 부모가 체력도 기분도 낫고, 그게 아이에게 돌아간다는 겁니다.
러닝은 부모 노릇을 잠시 쉬는 게 아니라 부모의 컨디션을 정비하는 시간이라는 관점 전환. 그게 부모 러너를 지속하게 만드는 마음의 기술입니다. 밤 9시 반의 30분은 도망이 아니라 정비소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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