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젤은 한 포에 대략 20~25g의 탄수화물을 담은 농축 연료입니다. 90분을 넘는 러닝에서 몸의 저장 연료가 줄어들 때, 씹을 필요 없이 빠르게 흡수되는 탄수화물을 공급하는 용도예요. 마라톤에서 후반 실속을 막는 핵심 도구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1시간 이내의 러닝에는 필요가 없습니다. 평일 5km 러닝에 젤을 챙기는 건 동네 마트 가는 데 여행 가방 싸는 격이에요. 젤이 등장하는 무대는 하프 이상 대회와 주말 장거리 롱런입니다.
젤의 타이밍 원칙은 '연료가 떨어진 뒤'가 아니라 '떨어지기 전'입니다. 흡수에 15~20분이 걸려서, 힘들어진 뒤에 먹으면 늦어요. 일반적으로는 시작 후 45~60분에 첫 개, 이후 40~50분 간격이 흔한 가이드입니다. 풀코스라면 3~4개를 쓰는 셈이에요.
중요한 건 물과 함께 먹는 것. 농축물이라 물 없이 삼키면 위에 부담이 되고 목도 텁텁합니다. 그래서 러너들은 보급소 직전에 젤을 먹고 보급소 물로 마무리하는 식으로 동선을 짭니다. 카페인이 든 젤도 있는데, 이건 레이스 후반용으로 아껴 쓰는 러너가 많아요.
젤은 몸에 맞는 걸 찾는 과정이 필요한 물건입니다. 어떤 사람은 아무거나 잘 받는데, 어떤 사람은 특정 제품에 속이 부글거려요. 당 농도가 높아서 위장이 예민한 사람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거든요. 그래서 대회에서 쓸 젤은 반드시 훈련 롱런에서 같은 타이밍으로 먹어보고 검증해야 합니다.
맛도 무시 못 할 요소예요. 매장에서 낱개로 몇 가지 맛을 사서 롱런마다 하나씩 테스트해보세요. 30km 지점에서 먹기 싫은 맛의 젤만 남아 있는 것도 나름의 고통입니다. 단맛에 질리는 체질이라면 상대적으로 담백한 맛이나 살짝 신맛 계열이 후반에 잘 넘어갑니다.
참고로 달리는 중 탄수화물 공급이 꼭 젤일 필요는 없습니다. 바나나, 양갱, 초코파이, 젤리, 스포츠음료 모두 같은 역할을 해요. 실제로 국내 대회 보급소의 초코파이와 바나나로 완주하는 러너도 많습니다. 젤의 장점은 휴대성과 흡수 속도, 정량 관리가 편하다는 것뿐이에요.
자기 위장에 잘 맞고 훈련에서 검증된 것, 그게 정답입니다. 양갱파, 젤리파, 젤파가 각자의 근거를 가지고 공존하는 게 러너 보급의 세계예요. 중요한 건 브랜드가 아니라 '후반까지 연료가 이어지는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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