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초반 오버페이스의 원인은 의지가 아니라 환경입니다. 출발선의 음악과 함성, 테이퍼링으로 가벼워진 몸, 아드레날린, 그리고 옆에서 치고 나가는 수백 명의 러너들. 이 조합 속에서는 평소의 6:30이 5:50처럼 가볍게 느껴져요. 몸의 체감 강도로 페이스를 재던 감각이 대회장에서는 마비되는 겁니다.
그래서 '컨디션이 너무 좋은데?'는 대회 초반의 가장 위험한 생각이에요. 그 가벼움은 실력이 갑자기 는 게 아니라 아드레날린의 선급금입니다. 후반에 이자를 붙여 회수해 가요.
훈련에서는 몸의 감각으로 페이스를 잡는 게 좋지만, 대회 첫 5km만큼은 시계를 믿으세요. 목표 페이스를 정했다면 첫 1km 랩타임을 확인하고, 계획보다 빠르면 아깝더라도 속도를 낮추는 겁니다. '남들이 다 추월해 가는데'라는 조바심이 들 텐데, 그 사람들 중 상당수를 후반에 다시 만나게 됩니다. 이번엔 당신이 추월하는 쪽으로요.
페이스 세팅이 어렵다면 대회의 페이스메이커(페이서) 그룹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목표 시간 풍선을 단 페이서 뒤에서 초반 흥분 구간을 넘기는 것만으로 오버페이스의 대부분이 예방돼요.
마라톤 페이스 전략의 교과서는 네거티브 스플릿, 즉 후반을 전반보다 빠르게 달리는 겁니다. 세계 기록들 상당수가 이 방식으로 쓰였어요. 아마추어에게 현실적인 버전은 '전반은 목표보다 조금 느리게, 중반은 목표대로, 마지막 구간은 남은 만큼'입니다.
이 전략의 심리적 이점이 커요. 후반에 추월하는 쪽이 되면 끝날수록 힘이 나는 기분이 들거든요. 반대로 초반에 저축 없이 달리면 후반 내내 쫓기는 레이스가 됩니다. 같은 완주 시간이라도 레이스의 기억이 완전히 달라져요.
실전 요령을 하나로 모으면 이렇습니다. 대회 전날, 첫 5km의 목표 랩타임을 정해서 어딘가에 적어두세요. 손등에 쓰는 러너도 있습니다. 그리고 출발 후 그 숫자를 지키는 것을 첫 번째 미션으로 삼는 거예요. '기록 도전은 하프 지점부터'라고 스스로와 계약하는 겁니다.
첫 대회라면 더 단순하게, '전반에 숨이 차면 실패'라는 한 줄만 기억해도 됩니다. 전반은 편안하게, 대화 가능한 수준으로. 대회의 주인공 구간은 마지막 10km이고, 거기서 웃는 사람이 초반을 절제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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