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뛰면 오늘의 몸에 100% 맞출 수 있습니다. 컨디션 좋은 날은 계획에 없던 스퍼트를, 무거운 날은 눈치 볼 것 없이 느리게. 걷고 싶으면 걷고, 노을이 좋으면 멈춰서 사진을 찍고, 내키면 코스를 즉흥으로 바꾸고요.
단체 러닝은 이 자유를 페이스 그룹과 일정에 양보하는 대신 동력을 얻는 구조입니다. 어느 쪽이 우월한 게 아니라 교환 조건이 다른 거예요. 그리고 그 교환에서 자유 쪽을 고르는 사람이 있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혼런파가 공통으로 말하는 핵심 가치는 이겁니다. 러닝이 하루 중 유일한 혼자만의 시간이라는 것. 직장에서는 팀으로, 집에서는 가족으로 사는 사람에게 혼자 달리는 40분은 누구의 무엇도 아닌 상태로 존재하는 시간이에요.
이 시간마저 단체 활동으로 만들면 러닝의 가장 큰 효용이 사라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내향적인 사람에게 러닝은 운동이면서 동시에 충전이거든요. 사람들과 함께한 하루의 끝에 사람 없는 시간으로 배터리를 채우는 겁니다.
혼런의 약점은 두 가지입니다. 동력(빠지기 쉽다)과 안전(무슨 일이 생겼을 때). 동력은 시스템으로 보완할 수 있어요. 요일 고정, 러닝 일지, 앱의 목표 기능, 대회 신청 같은 장치들이 크루의 역할을 대신합니다. 대회라는 마감이 있으면 혼자서도 꽤 성실해져요.
안전은 타협 없이 챙겨야 합니다. 밤 러닝은 밝고 사람 있는 코스로, 위치 공유 기능을 가족에게 켜두고, 이어폰은 한쪽만. 혼자라는 자유에는 스스로를 챙기는 책임이 세트로 붙습니다.
혼런파라고 평생 혼자 뛸 필요도 없습니다. 평소엔 혼자 뛰다가 한 달에 한 번 크루 정기런에 가는 사람, 대회 때만 러닝 친구와 함께 뛰는 사람. 배합은 자유예요. 흥미롭게도 많은 러너가 시즌에 따라 오간다고 말합니다. 사람이 고픈 시기엔 크루로, 조용하고 싶은 시기엔 혼자로.
중요한 건 '요즘 다들 크루 하던데'라는 이유로 취향을 의심하지 않는 겁니다. 러닝의 좋은 점 중 하나는 혼자여도 완성되는 운동이라는 거예요. 골대도 상대도 팀도 필요 없이, 운동화 신은 나 하나면 성립하는 종목. 그 완결성이 좋아서 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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